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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시한폭탄 환풍구 - 대형 참사 겪고도 관리 소홀 - 지속적인 안전불감증 - 추가 인명사고는 시간문제
  • 기사등록 2024-01-14 1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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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환풍구가 안전관리 소홀로 인사고가 여럿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미래일보=김호형 대학생 기자] 지난해 10월, 서울시 강남구 역삼역 인근 도로에서 한 40대 남성이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우려다 환풍구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환풍구는 바닥까지 50m로 매우 깊지만, 보행통로에 깔려있어 평소에도 행인들이 환풍구 위로 수시로 건너다닌다. 또한, 아무런 잠금장치가 없어 평범한 사람도 맨손으로 쉽게 환풍구 덮개를 열 수 있다. 사고가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당 환풍구 주변에는 접근을 막는 안내 팻말이나 시설조차 없다.


문제는 이런 환풍구가 아무런 조치 없이 많은 곳에서 '도심 속 싱크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오전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로역 일대. 지하철역 출구 옆에 높이가 사람 무릎까지도 안 오는 환풍구가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 시간 동안 환풍구 일대를 관찰한 결과, 적지 않은 행인들이 환풍구 위로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막는 접근 차단 시설이나 안전요원은 없었다.


2014년 10월, 16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환풍구 붕괴 사고 이후 서울특별시에서는 환풍구 설치에 대한 안전기준을 다시 수립하였다. 

2015년에 수정한 '공공시설 환기구 설치 및 관리 기준'에 따르면 환기구는 사람, 차량 접근이 어려운 위치에 설치하고, 안전난간이나 조형물 등을 이용하여 접근 차단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부득이 통행로에 설치할 경우에도 지상에서 1.5m 정도 높이의 탑형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설치된 환풍구는 위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에서 추가로 안전난간을 설치한 곳도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위로 지나다닐 수 있게 방치하여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환풍구'도 수두룩하다.


환풍구 부실시공도 큰 문제이다. 2022년 5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0살 아이가 단지 내 화단 옆 환풍구에 기대었다가 환풍구 내부로 추락하고 사고가 일어났다.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은 환풍구 덮개가 아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빠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는 환풍구 주변 접근을 차단했으나 또 언제 어디서 부실하게 지어진 환풍구가 인명피해를 일으킬지는 모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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