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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끊긴 수유시장… 전통시장이 사라져간다 - 전통시장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재래시장도 마찬가지였다.
  • 기사등록 2023-10-12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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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등장과 코로나 19의 여파로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수유재래시장에 찾아가 봤다.

[한국미래일보=최범기 대학생 기자] 

 커다란 파란색 간판 아래로 발을 내딛자 졸졸졸 하는 물소리가 오른쪽 귀를 두드린다. 30년 가까이 수유시장의 입구를 지켜온 수족관에서 나는 소리다. 해가 저무는 만큼 점포 앞의 백열등이 하나 둘 켜진다. 수족관 뒤로 수족관만큼이나 오래된 옷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옷가게 앞에 진열된 블라우스들의 색이 꽃다발을 얇게 펴 놓은 것 같이 화려하다.


 TV 앞에 모인 어린아이들같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옷가게들을 지나 시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면 사거리가 하나 보인다. 길은 상인들이 내놓은 상품들로 비좁다. 천장에는 둥그런 지붕이 점포와 점포 사이에 걸쳐 있어 비좁은 길과 함께 시장을 감싼 거대한 요람처럼 보인다. 사거리 저편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 머리가 웃고 있고 그 반대편엔 통통한 생선들이 누워 그런 돼지를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둘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리어카에 오래된 노래 테이프가 쌓여 있고, 그 위 라디오에서 트로트가 들썩이며 흘러나온다.



 마을 축제를 떠올리게 하는 시장 분위기이지만 이 축제를 찾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점포마다 손님이 한두 명 있으면 다행인 꼴. 그마저도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절반이다. 트로트가 나오는 리어카를 뒤로 하고 건어물과 반찬들을 헤쳐나가면 식당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있다. 이곳도 손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저녁 시간이지만 점포 안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대째 수유시장에서 순대국밥집을 하고 있는 A씨의 손이 분주해진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그의 손에서 따뜻한 순대국밥과 수육 한 접시가 생겨난다. 웃으며 음식을 건네는 그의 얼굴에 고단함이 길게 드리워 있다. “전에는 밥 시간만 되면 식당 앞에 줄을 섰는데, 요즘은 네다섯 명 오면 다행이에요”. 하나 있는 젊은 손님에게 입을 연 A씨는 한숨을 푹 쉰다. “안 그래도 이마트다 롯데다 큰 마트들이 생기면서 (손님이) 줄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뚝 떨어졌죠”.


 그가 말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점포도 꽤 있다. “이 앞에 옛날 과자 하던 사람도 문을 닫고, (문 닫은 집이) 많아요. 웬만큼 오래된 곳 아니면 싹 갈렸다고 보시면 돼요”. 설거지를 하느라 벌게진 손가락으로 그가 가리킨 곳에는 텅 빈 점포가 빛바랜 옛 간판을 달고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격도 조정해보고 새로운 메뉴도 고민했던 그다. “저도 한참 고민했죠. 근데 그래도 이 인근 사시는 분들이랑 가게 하시는 분들이 찾아오셔서 그나마 견뎠어요”. 


 테이블을 치우는 그를 뒤로하고 주택가로 통하는 시장 끝머리로 향하는 발걸음을 비어 가는 점포들이 사로잡는다. 시장의 끝에 다다를수록 사다리와 전선 몇 개만 남긴 채 빈 공간이 많아진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폐점’이라고 적힌 종이 위로 시장의 끝을 알리는 주택가 가로등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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