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화 칼럼] 세상의 “파괴자”가 된 오펜하이머, 영화 전 알아야 할 역사적 지식 - 오펜하이머의 고뇌,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 기사등록 2023-08-23 10:00:01
기사수정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국내에서 15일 개봉 첫날 55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미래일보=박민정 대학생 기자]

상영 시간이 180분이 넘는 역사적 인물을 그린 전기 영화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알고 가면 영화를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영화의 원작인 하니 버드와 마틴 셔윈의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펜하이머는 흔히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유사한 인물로 여겨진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류에게 선물한 티탄 (거인족) 출신의 신이다. 하지만 이 일로 분노한 제우스는 그를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가 매일 그의 간을 쪼아먹고 장기가 매일 밤 재생되는 아주 고통스러운 벌을 내리게 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장 영화 '오펜하이머'의 포스터 [사진 = ATI]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선물하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하나의 메타포라 볼 수 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불은 기술, 과학적 탐구, 사회 또는 문명, 예술, 인문학의 성장을 상징한다. 오펜하이머의 핵실험이 인류에게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주고 군사 경쟁의 길을 닦은 것처럼 프로메테우스의 결정은 인류를 신의 권능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의도와 상관없이 두 경우 모두 이 결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었다. 분노한 제우스는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선물로 보내며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惡)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것이다.


인류에게 핵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로 전쟁을 멈출 수 있는 희망을 선물했지만 동시에 인류 전체를 파멸할 수 있는 재앙이 되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을 투하하면서 2차 세계대전은 종전이 되었지만, 전쟁은 항상 선과 악을 가르지 않고 핵은 스스로를 파멸할 힘을 주었다. "핵의 아버지"라 불린 오펜하이머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이후 핵무기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냉전 시기 그는 원자 폭탄보다 더 강한 수소 폭탄의 사용을 반대하고 핵무기 확산 반대라는 정치적 입장을 보이며 "소련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마치 자신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에 고통을 받아야 했던 프로메테우스와 오펜하이머의 삶이 상당히 유사하지 않은가? 독수리가 그리스 신화에서 감정의 상징인 "간"을 쪼았다는 것이 참 의미심장하다.


당시 과학계는 “양자역학” 붐: 코펜하겐파의 성장, 아인슈타인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는 양자역학이 과학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때였고, 오펜하이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에선 오펜하이머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관측행위를 통한 파동함수의 붕괴. (코펜하겐 해석) 삼성디스플레이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 뉴턴이 만든 고전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다 결정되어 있다, 즉 위치와 속도를 알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 최고의 과학자 닐슨 보어, 그리고 그의 제자 하이젠베르크와 수학자 보른은 관측자의 행위가 양자의 존재 상태를 결정한다는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해석 중 하나인 코펜하겐 해석을 발표하며 과학계에 충격을 준다.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는 파동함수로 상태를 서술할 수 있으며 측정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상태가 확률적으로 겹쳐있다. 하지만, 관측을 진행하면 그와 동시에 파동함수가 붕괴해 버리고, 단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관찰 전 동전은 "앞면," "뒷면" 두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지만 던져지고 관찰이 이루어진 후에, 파동함수가 앞면 또는 뒷면으로 붕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재론자였던 아인슈타인은 "확률"과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코펜하겐 해석에 반발했다. 그는 극 중에서 계속 반복되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사고실험을 통해 양자 중첩 이론을 붕괴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영화 초반 닐슨 보어,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등장하는 만큼, 과학계에 대한 기본 배경을 알면 더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매카시즘"

“매카시즘”은 1950년대 위스콘신주의 미국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가 미국 전역에 퍼진 공산주의자의 침투를 폭로하기 위한 조사와 청문회를 진행한 역사 기간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이 용어는 현재 입증되지 않은 혐의에 근거하여 무차별 주장을 하고 인격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매카시즘이 한창이던 시기에 등장한 "Joe-4": 소련 최초의 열핵 실험으로 1954년, 오펜하이머 또한 청문회를 피할 수 없게 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 에드워드 텔러의 불리한 증언,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루이스 스트라우스의 의도적인 고발로 그는 공산주의자의 혐의는 벗었지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로 여겨져 모든 공직으로부터 추방당하게 된다.


원자력위원회가 이 결정을 취소한 건 지난해 12월로 68년 만에 오펜하이머는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광복절 개봉, 한국에는 어떤 의미?

오펜하이머가 광복절 개봉한 것도 한국 입장으로서 의미가 있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되면서 일본은 연합국에 항복하게 되었고 한국은 독립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 도발로 한반도에는 핵전쟁의 공포가 존재하며 핵 보유론에 대한 토론이 지속되고 있다. 오펜하이머의 고민이 한국에게는 과거가 아닌 현재까지 이어지는 만큼 이 영화는 중요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08-23 10:00:0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