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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 콘크리트 유토피아, 가족과 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버린 선택은 과연 악인일까? -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파트가 진정 유토피아일까? - 엄태화 감독 "평범하다는 것은 선과 악의 이중적 면모를 가진다"
  • 기사등록 2023-08-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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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 속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타인을 버린 자는 악인인가.

[한국미래일보=서예림 대학생 기자]



콘크리트유토피아 포스터/ 롯데엔터테이먼트 제공.


엄태화 감독의 블랙코미디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난 8월 9일 개봉했다.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돌파하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네이버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대지진이 일어난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아파트와 그에 따른 사람들의 갈등을 그려내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영탁(이병헌)은 지진 후 살아남은 아파트의 주민대표가 된다. 주민들은 상의 끝에 외부인을 모두 아파트 밖으로 쫓아내고 아파트 내부에 규칙을 세워 영탁을 중심으로 본인들만의 나라를 만든다. 각자 역할을 나누어 생필품을 구하고 음식을 나누고 간호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수많은 갈등에 부딪히게 된다.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제목 속 ‘유토피아’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진이 일어나 모든 것이 무너진 주변의 상황이 디스토피아지만, 역설적으로 황궁 아파트도 과연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는 곳인가’를 담고자 하였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살기 위해서 부도덕한 행동을 고사하지 않는 민성(박서준)과 그런 그의 모습에 실망하는 이타적 인물 명화(박보영)의 모습과 그 과정을 상세하게 그려낸다. 명화라는 캐릭터를 통해 영화 후반에 황궁 아파트와는 다르게 서로 도와주며 사는 아파트를 보여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담아냈다. 원래 그렇지 않았던 인물 영탁(이병헌)이 재난 이후 인정을 받으면서 독재적인 인물로 변화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가 완전한 악인임을 말하지는 않는다. 엄태화 감독은 “평범하다는 것이 선일 수도 악일 수도 있는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다.”라며 영화 결말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고 관객이 스스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규모 재난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계급구조와 인간의 부조리함을 표현한다. 현실에서는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진 후에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권력욕을 과시하게 되는 인물 영탁을 통해서 한국의 현실과 계급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는 더 나아가 현대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결국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외부인을 밖으로 내모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생각하기를 시사한다. 외부인을 배척하는데 찬성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갈등은 극심화되지만, 우리는 쉽게 선인과 악인을 구별할 수 없다. ‘재난 상황 속에서 가족과 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버린 선택은 과연 악인일까‘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며 관객에게 사색의 논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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