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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 영화 “더 웨일” …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세상의 모든 고래에게 보내는 위로 - 소설‘모비딕과 영화‘더 웨일’ - 브렌든 프레이저“찰리는 후회의 뗏목을 타고 있지만 희망의 바다에 떠 있는 사람”
  • 기사등록 2023-08-09 15:00:04
  • 기사수정 2023-10-28 20: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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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일보=권자영 대학생 기자]


 (출처 : 네이버 영화 포스터 '더 웨일') 


지난 1일 영화 ‘더 웨일’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더 웨일’은 올해 3월 개봉한 영화로, 블랙스완을 연출한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는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인 ‘찰리’의 삶을 그린다. 272kg의 거구로 인해 평범한 생활이 어려운 찰리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삶의 마지막 시간 동안 오랜 시간 보지 못한 딸 ‘엘리’를 만나 그녀의 에세이 작문을 도와주며, 찰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영화는 117분의 러닝타임 동안 찰리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낸다.


▼ 관전 포인트 1 ) 소설 ‘모비딕’과 영화 ‘더 웨일’


     (출처 : 네이버 도서 '모비딕' )

 

영화 ‘더 웨일’에서는 소설 ‘모비딕’이 자주 등장한다. ‘모비딕’을 통해 영화가 시작되고, ‘모비딕’으로 영화가 끝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비딕은 허먼 멜빌이 1851년 발간한 미국의 대표적인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은 모비딕이라는 고래와 이 고래를 잡기 위해 여러 차례 항해를 떠나는 선장 애이허브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단편적인 줄거리만 보았을 때, 전형적인 모험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소설 모비딕은 인간의 정신, 삶과 죽음, 신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대런 애르노프스키 감독은 소설 속 인생에 관한 깊은 탐구와 철학을 스크린에 녹여냈다. 소설 속 고래의 모습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찰리’의 삶에 투영하였고, 고래를 원망하는 애이허브의 모습은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 ‘찰리’를 원망하는 딸 ‘엘리’의 심리에 투영하였다. 아래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소설 ‘모비딕’ 관련 대사 일부이다. 


“선장 애이해브는 다리 하나가 없고, 어떤 고래에게 양심을 품고 있다. 고래의 이름은 ‘모비딕’ 백고래다. 그는 평생을 그 고래를 죽이는 데 바친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래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를 죽이려는 애이해브의 집착도 모른다. 그저 불쌍하고 큰 짐승일 뿐. 애이해브도 참 가엽다. 그 고래만 죽이면 삶이 나아지리라 믿지만, 실상은 그에게 아무 도움 안 될 테니까. “


고래와 애이허브의 관계를 찰리와 엘리의 관계와 연관 지어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더 깊은 울림을 얻을 수 있다. 



▼ 관전 포인트 2 ) 브렌든 프레이저 “찰리는 후회의 뗏목을 타고 있지만 희망의 바다에 떠 있는 사람 ” 


      (출처 : The Oscars 2023 공식 홈페이지) 


영화 ‘더 웨일’에서 브렌든 프레이저는 가족과 건강을 모두 잃은 거구의 남성 ‘찰리’를 연기하였다. 한국 관객에게 그는 영화 ‘미이라’ 시리즈로 친근할 것이다. 1990년대부터 전성기를 누리던 그는 배우자와의 이혼과 거액의 양육비, 과격한 액션 연기로 인한 후유증으로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연기자로서 오랜 침체기를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어두운 터널 끝에는 영화 ‘더 웨일’이 있었다. 그는 ‘더 웨일’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침체기를 완벽하게 극복하였다. 올해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29회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 부문,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의 전성기였던 1997년, 시애틀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이후 약 26년 만의 수상이다. 그는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이처럼 말했다. 


“찰리는 후회의 뗏목을 타고 있지만, 희망의 바다에 떠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그 바다에 있었고, 최근에 파도를 좀 탔는데 강력하고 좋았어요. 저는 저와 같은 일을 겪었거나 또는 겪고 있는 모든 배우의 기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저를 한 번만 믿어주세요. 당신이 그 곳에서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당신이 가야 할 곳에 도달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세요.” 


그의 수상소감은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세상의 모든 고래에게 던지는 위로의 말과 같다. 우리는 그 미움의 이유를 자신에게 돌리며, 더 깊은 심해로 스스로를 끌어내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깊은 심해로부터 스스로를 수면 위로 올려내는 것이다. 아무리 깊은 심해 속을 수영하다 가도 힘차게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고래처럼 말이다. 소설 속 흰 고래처럼, 영화 속 찰리처럼, 현실 속 브렌든 프레이저처럼 거센 파도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영화 ‘더 웨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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