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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일보=김정아 대학생 기자]

온실가스 배출 등 인류 활동으로 지구가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에 들어섰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표 지층 격인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가 선정됐다. 내년 8월 국제지질학총회 비준까지 마치게 되면, 인류는 빙하기 이후 1만 1700년 동안 이어져온 ‘홀로세’(Holocene)를 끝내고 ‘신생대 제4기 인류세 크로퍼드절’에 살게 될 전망이다. 

 

인류세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지구시스템 과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대 초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온실가스 농도의 급증, 질소비료로 인한 토양 변화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이 바뀌며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다. 인류세가 시작된 시점으로는 △신석기 혁명 △유럽의 아메리카 침입 △산업혁명 등 여러 주장이 있는데, 인류세실무그룹은 ‘대가속기’(The Great Acceleration)가 시작한 1950년대로 보고 있다. 대가속기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기반을 둔 소비 자본주의가 확산한 시대로, 1950년대부터 이산화탄소 농도 등 12개 지구 시스템 지표와 세계 인구 등 12개 사회∙경제적 지표가 폭증했다. 

 

크로퍼드 호수가 선정된 까닭은 수심은 깊은데 면적이 작고 동식물의 간섭이 거의 없어, 각종 물질이 호수 바닥 퇴적층에 깔끔하게 쌓여 보존됐기 때문이다. 또 이곳에선 750년 전 이로쿼이족의 옥수수 경작 흔적은 물론, 원자폭탄 사용(1945년)과 핵실험으로 인해 1950년대 초반 높은 농도로 발견됐던 ‘플루토늄’과 화석연료 발전소에서만 배출되는 ‘구형탄소입자(SCP) 등도 발견된다. 

 

특히 플루토늄과 구형탄소입자는 표준화석처럼 인류세를 대표하는 주요 마커 후보로 유력하다. 또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이나 전세계에서 널리 사육∙소비되는 닭의 뼈도 마커 후보로 거론돼 왔는데, 사이먼 터너 인류세실무그룹 사무국장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발견 양상이 달라, 지역적인 마커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후위기가 인류세의 핵심 근거로 떠오르며 추후 해결방안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통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1929~2021)은 말년에 “지구의 절반을 우리 인간 외에 다른 생물들에게 양보하자”는 ‘지구의 절반(Half Earth)이란 운동을 펼쳤다. 지구의 50%를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도록 해,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대멸종’을 막자는 주장이다. 북반구 중심의 그린 뉴딜을 비판하는 맥스 아일은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두번째테제)에서 ‘지구의 절반’에 대해 “부유한 세계는 이렇게 전환된 지역을 아름다운 사파리로 조성한 뒤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 밖의 수많은 인간은 절반으로 줄어든 세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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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17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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