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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없는 초등학교 -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 - 50년 뒤 우리나라 인구 수 3800만 명 급감
  • 기사등록 2023-09-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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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 현재, 초등학교는 인구절벽의 현실을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다. 그 중 농어촌 지역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후, 대다수의 구성원이 노인들이 되면서 학교의 아이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 기자는 폐교 위기 학교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여주시에 위치한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를 찾았다.


■농촌 학교의 등교

기자는 여주 시내에서 출발해 작은 공장, 밭이 보이는 농촌의 비탈지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갔다. 이윽고 하호분교에 도착했을 땐 농촌 특유의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기자를 감쌌다.

하호분교의 전경이다.

학교 앞을 서성이자 건물 안에서 선생님 한분이 나와 기자를 반겨주셨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는 인사말과 함께 자신을 소개한 강경호(54)씨는 교사로서 30년 정도 재직해오며 하호분교에서는 1년 반정도를 근무했다고 전했다. 


짧은 인사를 전하며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가 생각한 등교시간의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학교까지 오는길의 교통편이 좋지 않다 보니 학교에서는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작은 교무실에 모인 아이들은 11명이 전부였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인 기자의 등장에 쑥스러워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순수한 모습 그대로 기자를 반겨줬다. 강경호 선생님은 “올해 입학생이 없어 교사 2명이 각각 3ㆍ4학년 학생 4명과 5ㆍ6학년 학생 7명을 담당하고 있다”며 과거 기자가 경험한 초등학교의 모습과 다른 광경에 대해 설명했다.


■소수 학교의 문제점

수업시간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3ㆍ4학년, 5ㆍ6학년 두 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적은 수의 학생이기에 선생님과의 교류도 많오 참여도도 높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학년마다의 진도과정이 다르기에 생기는 문제도 있었다. 돌아가면서 수업을 하는 복식수업 형식을 거치고 있는 수업시간 동안 5학년 아이들은 6학년의 수업을 이해하지 못했고, 6학년은 이미 배운 내용인 5학년의 수업과정을 지루해하는 얼굴이었다.


현재 5학년인 박도영(12)군은 “복식수업을 하면서 선생님이 6학년을 가르칠 때 궁금한 것이 생겨도 바로 물어볼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경호 선생님 또한“학생 수가 적어 매번 수업의 활기가 떨어진다”며 고민거리를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작성한 저출산 문제이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이 되자 복도에서 뛰어 주의를 받거나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 주의를 받는 학생들은 없었고 아이들은 주로 도서관에서 놀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쉬는시간을 보내던 박도영(12)군은 “친구가 적어 가끔 싸우는 일이 있어도 다른 친구들과 놀 선택지가 없다‘며 학생수가 적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진 3ㆍ4교시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과 학생들은 급식실로 향했다. 급식을 먹는 사람수가 적기 때문에 업체에서 따로 주문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인지라 하호분교는 근처의 상품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주문해 받아오고 있었다. 배식은 선생님 두 분, 급식 아주머니까지 세분이 담당했고 기자가 겪은 긴 배식줄과 다르게 5분도 채 안돼 배식이 완료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과 선생님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는 작은 교육 환경의 특별한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학교 존속의 위기

취재를 마친 후 학교 근처를 둘러보니 산과 나무 꽃들이 만연했다. 이와 더불어 하호분교 또한 생태 중심의 학습을 이어오며 작은학교만의 특별한 분위기와 소중한 순간들은 도심지의 번화한 학교 못지 않았다. 어떠한 경제 논리로 인해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통폐합을 하기보다는 하호분교만의 교육방식을 지켜나가는 것 또한 큰 가치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올해 기준, 학생이 없어 폐교된 학교만 3922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하호분교 또한 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서울시에서는 저출산을 해결할 타개책으로 출생아 1인당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지원’ 사업을 지난 9월 1일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유례없던 저출산의 심화 문제가 지속되면서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더불어 올해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는 114명으로 추려졌지만 임용 대기 중인 후보자는 119명으로 서울에서는 평균적으로 15.6개월을 대기해야 임용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교원의 수급계획 또한 악화돼 교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전망 또한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출산율 감소는  학생 수의 감소를, 학생 수의 감소는 초등교사의 감소를 불러와 결국 폐교되는 학교의 증가를 불러온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 7월 21일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져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흔히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불린다. 하지만 미래는 점점 없어져가고 있다. 하호분교의 아이들처럼 도심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의 아이들 또한 발전된 교육 여건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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